날씨가 맑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처마 끝이나 창가에 작은 인형을 매달아 두는 문화가 있어요.둥근 머리 아래로 하얀 천이 내려오는 이 인형을 테루테루보즈라고 불러요.사람들은 비가 그치고 밝은 햇살이 찾아오기를 바라며 테루테루보즈를 만들었어요.
그중에는 비가 내리는 날마다 사람들의 마음을 바라보는 작은 테루테루보즈가 하나 있었어요.그 아이는 하늘에서 내리는 비보다 사람들의 마음속에 내리는 비를 더 자주 느꼈어요.
누군가 슬픔을 숨긴 채 웃을 때면 테루테루보즈의 몸에 작은 빗방울이 맺혔어요.걱정 때문에 잠들지 못한 밤과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외로움도 흐린 구름처럼 그 안에 쌓여 갔어요.테루테루보즈는 사람들이 미처 꺼내지 못한 마음을 대신 품으며 조용히 곁을 지켰어요.
어느 날 아주 긴 비가 내렸어요.처마 끝에서 떨어진 빗방울들이 테루테루보즈를 감싸 안았고, 아이는 빗물을 따라 시냇물과 강을 지나 바다까지 흘러갔어요.
깊어지는 바닷속에서 테루테루보즈는 따뜻한 살구빛 덤보문어를 만났어요.덤보문어는 귀처럼 보이는 넓은 지느러미를 천천히 움직이며 다가왔어요.그리고 테루테루보즈가 품고 있던 흐린 빗방울을 없애려 하지 않고, 그저 옆에 가만히 머물러 주었어요.
테루테루보즈가 품은 빗방울과 덤보문어의 따뜻한 살구빛이 하나로 섞이자, 물속에 부드러운 주황빛이 퍼졌어요.그 빛 속에서 둥근 머리와 빗방울 문양, 살구빛 몸을 가진 작은 아이가 태어났어요.그 아이가 바로 무아예요.
무아는 슬픈 마음을 억지로 맑게 만들려고 하지 않아요.마음속 비는 그치라고 말한다고 곧바로 멈추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에요.충분히 내리고 나면 언젠가 스스로 잦아들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은 날에도 무아는 조용히 곁에 머물러 줘요.흐린 마음이 천천히 맑아지고 구름 사이로 작은 빛이 비칠 때까지, 서두르지 않고 함께 기다려 줘요.






